저희 병원 케이스는 아니고 안과의사회에 올라온 내용입니다.

렌즈 소독의 중요성과 조기 치료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입니다.

 

 

 

 

각막굴절교정렌즈를 착용하는 15세 여자 환자가 5일 전부터 발생한 좌안 통증을 주소로 본원 외래로 내원하였다. 지역 안과에서 항생제 안약을 처방받아 점안했으나 충혈 및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다고 호소하였다. 초진 시 교정시력은 양안 모두 1.0이었으며, 세극등 검사 상 좌안 점상상피병증과 함께 수지상침윤과 유사한 병변을 보였다(그림 1).

초진 의사는 HSV 각막염을 의심하여 경구 acyclovir 항바이러스제 복용 및 levofloxacin 안약을 하루 4번 처방하였으나, 1주 뒤 내원 시 각막상피결손 및 부종은 심화되고 교정시력은 0.8로 저하되었다.

세극등 검사 소견에 비해 심한 통증 호소, 각막 병변에서 신경주위염(perineuritis)을 의심할 수 있는 병변이 관찰되어 가시아메바 각막염 진단 하에 0.02% PHMB 안약을 3시간 간격으로 점안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0.02% PHMB 안약 점안 시작 2일 만에 각막상피결손 및 부종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원형 각막침윤이 발생하면서 교정시력이 안전수동으로 저하되어 과내에서 의뢰되었다(그림 2).

의뢰 당시 소견으로 세균성 각막염이나 약물독성 각막염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으며, 항생제 안약을 점안한 지 이미 10일 이상 경과하여 배양검사는 유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PHMB 점안을 중단하고 배양검사 없이 ceftazidime과 tobramycin 항생제 점안 치료를 시작하였다. PHMB 중단 및 점안항생제 치료 10일 후 각막상피가 일부 회복되었고, 교정시력은 안전수지로 측정되었다. 하지만 각막 침윤 범위는 줄어들지 않았고 각막내피 침착물이 광범위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 가시아메바 각막염 치료에 준하여 0.02% PHMB를 2시간 간격으로 다시 점안하기 시작하였다.

2개월 이상 PHMB 점안제를 점안하며 각막침윤은 서서히 호전되는 추세로 안약을 감량하던 중 각막 병변 내부에 흰색의 융기된 점상 병변이 새로이 관찰되었다. 이를 HSV 공동감염에 의한 병변으로 판단하고 항바이러스제 안연고를 추가 점안하였다(그림 3).

항바이러스제 안연고 점안에도 융기된 병변에는 변화가 없었고, 이 병변을 가시아메바 감염의 재활성화로 인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항바이러스제 안연고를 중단하고 0.02% PHMB 점안을 다시 2시간 간격으로 강화하였다. 가시아메바 감염이 재활성화됨에 따라 PHMB 점안에도 불구하고 각막 침윤은 심화되었으며 각막기질의 축농 및 응집이 진행되었다(그림 4A).

염증 조절과 약제 침투력 촉진을 위하여 각막상피 괴사조직을 국소적으로 제거하였고, 이후 약 1개월간 2시간 간격으로 0.02% PHMB 점안을 지속하면서 각막기질 침윤이 감소하고 감염이 조절되는 경과를 보여 PHMB점안 횟수를 점차 감량하였다. 6시간 간격으로 0.02% PHMB 점안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각막 중심부 혼탁은 남아있었으나 감염은 점차 조절되는 양상이다(그림 4B).

향후 감염이 치유되고 염증이 소실되더라도 중심부 혼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많으며 그 경우 시력재활을 위해서 DALK(Deep Anterior Lamellar Keratoplasty)와 같은 각막이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가시아메바 각막염은 모든 종류의 콘택트렌즈 사용자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심각한 시력상실을 초래할 수 있는 감염 질환이다. 감염 초기 증상은 안구통, 충혈 등의 비특이적 증상이며, 세극등 검진 시 각막미란, 각막부종 및 각막침윤 등의 소견을 볼 수 있는데 특히 감염 초기에는 HSV 각막염이나 세균각막염의 소견과 유사하여 감별을 요한다. 이전 연구에서 확진된 가시아메바 각막염 환자 중 41%를 HSV 각막염, 43%를 세균성 각막염으로 진단하여 치료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1

가시아메바 각막염에서 수지상각막상피병증은 드물며, 윤부충혈 및 원형침윤이 주로 나타난다. 특히 원형침윤은 장기화된 가시아메바 감염의 약 18%에서 나타나고,2,3 이 외에도 감염 초기 약 57%에서 나타나는 방사형 각막신경염은 세균각막염에서는 흔하지 않은 소견으로 가시아메바 각막염 감별 진단의 중요한 소견이다.4

본 증례에서도 각막의 점상미란을 HSV각막염의 수지상각막상피병증으로 진단하여 PHMB 초기 치료가 지연된 바 있다. 빠른 진단과 조기 치료가 시력 예후에 중요한 요인5으로 초진 시 콘택트렌즈 착용자, 오염된 물에 노출된 환자, HSV각막염이나 세균성 각막염의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6,7에서는 가시아메바 각막염을 의심해보는 것이 중요하겠다. 세극등 검사 소견 이외에도 최근 공초점현미경을 통해 영양형과 낭포형의 가시아메바세포를 확인하는 진단법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가시아메바의 영양형 세포가 병변 주변의 백혈구 및 각막세포와 구분이 힘든 제한이 있기에 가장 진단적 가치가 높은 방법은 배양검사나 조직검사를 통한 가시아메바 세포의 직접적 확인이다.8

본 증례에서도 치료 초기 공초점현미경 검사를 시행하였으나 병변 주변 조직의 심한 염증반응 및 각막 부종으로 인해 가시아메바 감염을 의심할만한 병변을 확인할 수 없었다. 공초점현미경 검사의 제한점을 고려하여 배양검사를 시행하였다면 초기 진단에 도움이 되었을 수 있다. 대장균 E. coli를 도포한 비영양배지에서 배양검사를 실시하여 대장균을 먹으면서 배지에서 이동하는 아메바의 경로를 관찰하게 되면 양성으로 판단할 수 있다. 물론, 배지로부터 도말검사를 시행하여 아메바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시아메바 각막염의 치료는 비활동성 포낭까지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PHMB와 같은 biguanide 및 chlorhexidine 제제의 비활동성 포낭에 대한 살충효과가 입증되어 0.02% PHMB나 0.2% chlorhexidine 점안액을 가시아메바 각막염의 치료에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9 초기 치료 시 5일 간 1시간 간격으로 PHMB를 점안하도록 하는데, 이때 치료 시작 후 약 1주간은 각막 병변이 급속히 악화되는 경향을 보일 수 있음에 유의하고 치료를 지속하도록 한다. 치료 직후 각막 병변이 악화되는 기전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 없으나 숙주 유래 프로테아제(host-derived protease)나 대식세포, 중성구에 의한 염증반응에서 비롯한 것으로 추측된다.10-12 초기 치료 이후 환자 상태에 따라 2시간 간격으로 4주간 점안을 유지하며 6시간 간격까지 점차 감량하여 6개월 이상 장기간 투약하도록 한다.13

각막이나 주변부 염증 조절을 위하여 스테로이드 점안액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때 염증이 가라앉은 후 스테로이드 중단 이후에도 4주 이상 PHMB 점안을 유지하도록 하며 악화 소견이 확인되지 않아야 포낭의 재활성화로 인한 재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음에 주의한다.14

최근 미국에서는 leishmaniasis에 사용되는 miltefosine이 가시아메바 각막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FDA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승인되었다. 미국에서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제약사에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줘서 사용량이 적지만 꼭 필요한 의약품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본 증례를 통해 콘택트렌즈 사용자에서 발생한 각막염에서 가시아메바 각막염을 먼저 의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치료제에 반응하여 가시아메바가 사멸하면서 심한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감염이 조절되어 각막 병변이 호전되더라도 비활동성 포낭의 재활성화가 있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